국회가 헌법상 책무인 국정감사를 실시하고도 결과보고서를 채택·의결하지 않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없이는 국정감사가 형식적 절차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 등 선진국 의회의 청문회 수준으로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이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률은 70.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온전한 국정감사였던 2023년의 경우 채택률이 29.4%로 가장 낮았다.
전체 17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결과보고서를 의결한 상임위는 단 4곳에 불과했다. 교육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채택하지 않았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역시 1회에 그쳤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감사 종료 후 상임위가 지체 없이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본회의에서 90일 이내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법 개정으로 해당 의무가 명문화됐음에도, 이를 실제로 지킨 사례는 국토교통위원회가 2025년 1월 17일 2024년도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1건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결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국정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정부의 시정 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변상, 징계, 제도 개선,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가 사실상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국정감사 현장의 실효성 논란으로도 이어진다. 실제 감사 과정에서 일부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책임 있는 답변을 회피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례가 지적되지만, 이를 허위 증언으로 입증하거나 처벌로 연결하기 어려운 구조가 한계로 꼽힌다.
반면 미국 의회의 경우, 특히 미국 상원 청문회는 강력한 조사 권한과 증언 책임을 기반으로 행정부 견제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위증이 확인될 경우 형사 처벌이 뒤따르고, 자료 제출 거부나 불출석에도 법적 제재가 가능해 고위 공직자와 민간 인사 모두 엄중한 책임을 지게 된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은 대형 정책 실패나 권력형 비리, 기업 문제 등을 청문회를 통해 밝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전문가들은 우리 국회 역시 단순 질의응답 중심의 국정감사에서 벗어나,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 위증 처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결과보고서 채택을 의무화하고 미이행 시 제재를 도입하는 등 국감의 사후 책임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권향엽 의원은 “국정감사를 하고도 결과를 남기지 않는 것은 입법부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며 “결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행정부 역시 시정 요구를 이행할 의무가 사라지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의결은 선택이 아니라 헌법상 책무이자 국민에 대한 보고”라며 “막대한 행정력과 사회적 비용이 투입되는 국정감사가 국가 기록으로 남고 실질적인 정책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의 강력한 청문회 제도 도입을 포함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