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위한 주민공청회가 시작됐지만, 통합청사 위치와 시·군·구 통합 문제를 둘러싼 불신이 곳곳에서 표출되며 순탄치 않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전라남도는 지난 21일 신안군과 목포시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주민공청회를 잇따라 개최했으나, 사전 주민 동의와 충분한 설명 없이 통합이 조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목포·신안·무안 등 인접 시·군 통합 가능성에 대한 주민들의 질문에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시·군이 통합되면 어느 한 지역은 급속도로 소멸위기가 높아질 수 있다”고 답변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 발언은 그동안 광주·전남 통합이 가져올 경제적 시너지와 균형발전을 강조해온 전남도의 공식 설명과는 결이 다른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며, 통합 이후 광주 쏠림 현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주민들의 불신을 오히려 키웠다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역 방송사인 KBC가 지난 21일 보도한 ‘전남광주특별시 명칭 사실상 합의...통합 청사는 현 광주시청 활용’이라는 기사 역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KBC는 보도에서 “광주시와 전남도 지역 국회의원들은 21일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어 통합 기구의 공식 명칭을 ‘전남광주특별시’로 정하고 통합청사는 현재의 광주시청사를 그대로 활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영록 지사는 이에 앞서 지난 13일 전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광주·전남 통합청사 문제와 관련해 “따로 통합청사 이름을 정해서 부르는 것이 아닌 현재 광주청사는 상무청사로 현 전남청사는 남악청사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하며, 통합청사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 과정에서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반복하며 청사 위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다수의 기자들 역시 김 지사의 설명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들은 “두 광역자치단체가 통합되면 통합시장이 한 곳에서 업무를 볼 수밖에 없고, 그 공간이 사실상 통합청사 아니냐”며 회피성 발언이라는 분위기를 감추지 않았다.
공청회 현장에서 제기된 주민들의 우려 역시 이러한 불신과 맞닿아 있다. 참석자들은 “전남도청과 전남경찰청, 전남교육청 등 핵심 기관들이 남악으로 이전한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무엇이 달라졌느냐”며 “목포시 인구는 계속 줄고 있고, 남악 역시 공실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이유는 도청과 경찰청, 교육청 직원들이 실제로는 광주에 거주하며 남악으로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도청 이전 효과로 목포 인구가 줄어든 것이냐.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광주·전남이 다시 통합된다면 문제는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불신은 단순히 행정통합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과거 전남도청 이전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대규모 행정체계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청 이전 이후에도 광주에 생활 기반을 둔 공무원 구조, 지역 상권과 인구 감소 문제, 행정기관 이전이 실제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 현실이 먼저 해소되지 않는 한 통합의 명분 역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전라남도는 광주·전남 통합 자치단체의 명칭과 통합청사 위치에 대해 “합의된 바 없다”고 해명 자료를 내고 있으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일정과 방향이 정해진 상태에서 통합이 밀어붙여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행정통합이라는 중대한 변화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사안인 만큼, 충분한 시간과 치밀한 계획, 그리고 주민 신뢰 회복 없이는 통합 논의 자체가 오히려 지역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