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의 대학 통합 및 의과대학 신설을 둘러싼 논의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양 대학 간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목포권 정치권이 5일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며 양 대학의 대승적 합의를 촉구했으나, 현실적으로는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보다 기존 입장을 반복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원이 국회의원과 강성휘 목포시장, 이형완 목포시의회 의장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오는 8월 10일까지 목포대와 순천대가 대학 통합과 의과대학·대학병원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8월 2일 통합특별시장 주재로 열린 긴급 조정회의에는 양 대학 총장과 목포·순천 지역 국회의원, 시장이 참석해 10일까지 추가 협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교육부도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2030년 전남·광주 지역 의과대학 신설을 위해서는 양 대학이 신속하게 합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히며 통합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동 입장문은 전남 서부권의 열악한 의료 현실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부 자료인 「전라남도 진료권 현황분석」에 따르면 서부권은 동부권보다 치료 가능 사망률이 22.5% 높고, 중증 응급환자 사망률도 40.5% 높다. 상급종합병원 접근성 역시 크게 떨어져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주장이다.
이 같은 의료 현실을 고려하면 서부권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의과대학의 필요성과 대학 통합의 현실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실제로 양 대학은 정부가 제시한 기존 시한인 7월 31일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통합특별시가 정부에 추가 협의 기간을 요청해 8월 10일까지 시간을 확보했지만, 현재까지도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어느 한 대학도 의과대학을 포기하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의과대학은 단순한 학과 신설이 아니라 대학의 위상과 경쟁력, 지역 발전과 직결되는 핵심 사업이다.
어느 한쪽이 양보할 경우 지역사회와 구성원들로부터 오랫동안 그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치권이 반복적으로 '대승적 결단'만을 요구한다고 해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목포대와 순천대 역시 상대방에게 새로운 제안을 제시하기보다 각자의 입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통합을 전제로 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하는 방식에는 여러 현실적 과제가 따른다. 일부에서는 통합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의과대학 신설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늘어난 의대 정원을 기존 대학들에 배분하는 방안이 행정적·재정적 측면에서 대안으로 검토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다만 정부가 실제로 어떤 방침을 최종 선택할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선언이나 원론적인 촉구가 아니라 실현 가능한 제도적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전남 의과대학 설립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대학 간 통합을 유일한 전제조건으로 둘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해 공모 방식으로 의과대학 설치 대학을 선정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모를 통해 의료 취약성, 의료 수요, 교육 역량, 대학병원 운영 계획, 지역 의료체계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정부는 정책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대학 역시 결과에 보다 책임 있게 승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전남의 의료 취약성을 해소하는 것은 지역 간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국가의 책무이다. 그러나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 역시 현실성과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
남은 기간 동안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반복되는 성명이나 대학 간 명분 경쟁이 아니다. 정부와 대학, 지역사회 모두가 실현 가능한 대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환할 때 비로소 전남 의과대학 설립이라는 오랜 과제도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