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과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 기회를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사의 과도한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내용의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남 순천갑·국회 교육위원회)은 3일 학교장과 교직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교육활동을 수행하다 발생한 학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학교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2022년 강원도 속초의 한 테마파크에서 발생한 현장체험학습 사고를 계기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후진하던 버스에 초등학생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고, 버스 기사뿐 아니라 담임교사와 보조 인솔교사까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담임교사는 항소심에서도 금고 6개월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교육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교사들은 자신이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사고까지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수학여행과 소풍, 체험학습 등 교실 밖 교육활동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실제로 서울지역 초등학교의 소풍 실시 비율은 2023년 598개교(98.8%)에서 2025년 309개교(51.1%)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에서는 학생의 안전과 인권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가 역설적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 경험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학교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야외활동 자체를 줄였고, 학생들은 자연과 역사, 문화 현장에서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의 기회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제도가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다시 그 부담이 학생들의 학습권 축소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현행 「학교안전법」도 학교장과 교직원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면책 요건이 추상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 사고가 발생하면 교사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교육부 장관이 사고 예방과 사고 발생 이후의 대응을 모두 포함하는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한 학교장과 교직원, 보조인력이 해당 지침을 현저히 위반하는 등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면책 범위를 보다 명확히 규정했다.
이는 책임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까지 교사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현실을 개선해 교육활동을 정상화하자는 데 취지가 있다.
교육계에서는 학생 인권과 교권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보장되어야 할 권리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학생이 안전하고 다양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교사 역시 과도한 법적 부담 없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문수 의원은 "소풍과 수학여행을 할 때 불합리한 교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번 법안을 준비했다"며 "학생들이 평생 기억할 소중한 경험을 이어가면서도 교직원들 또한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김문수 의원을 비롯해 김준혁·채현일·조계원·김태년·김한규·부승찬·소병훈·노종면·손명수·강경숙·문진석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안전을 이유로 위축됐던 현장체험학습을 활성화해 학생들의 체험 중심 교육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