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가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운영한 '목포대전환준비위원회'의 활동과 향후 시정 운영 방향을 담은 『민선9기 목포대전환준비위원회 활동백서』를 지난 24일 발간했다.
이번 백서는 지난 6월 11일부터 30일까지 19일간 활동한 준비위원회의 운영 성과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4년간 목포시가 추진할 시정 비전과 정책 방향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약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백서에는 준비위원회의 구성과 주요 활동을 비롯해 민선 9기 시정목표와 시정방침, 이를 구체화한 22대 추진전략과 100대 공약과제가 수록됐다. 또한 공약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분야별 검토 결과와 정책 제안도 함께 담아 향후 시정 운영의 실질적인 지침서 역할을 하도록 구성했다.
준비위원회는 활동 기간 동안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주요 사업 현장을 방문하는 한편, 전문가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했다. 목포시는 백서를 시청 각 부서와 유관기관에 배포해 공무원들의 정책 추진 기준으로 활용하고, 시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시청 누리집에도 공개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백서의 의미는 단순한 활동 기록을 남기는 데 있지 않다. 백서에 담긴 100대 공약과제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매년 이행 상황을 점검·공개함으로써 공무원에게는 정책 추진의 책임을, 시민에게는 행정에 대한 감시와 평가의 근거를 제공하겠다는 데 있다.
고석규 준비위원장은 "시정의 안정적인 출범을 위한 초석을 놓는다는 마음으로 백서를 만들었다"며 "민선 9기 목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든든한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성휘 목포시장은 "이번 백서는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낸 민선 9기 시정의 소중한 이정표"라며 "준비위원회가 마련한 기반을 바탕으로 '생활인구 100만 동아시아 해양허브 목포'를 실현하고 시민이 체감하는 목포 대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목포시는 앞으로 백서에 담긴 100대 공약과제에 대한 분야별 세부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추진 상황을 점검해 공개하는 등 공약의 실행력과 책임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 백서, 왜 만드는가?
백서(White Paper)는 오늘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에서도 널리 활용되는 정책 보고서이지만, 그 출발은 20세기 초 영국 정부였다.
영국 정부는 중요한 외교·정책 보고서를 발간할 때 일반 서적처럼 화려한 표지가 아닌 흰색 표지를 사용했고, 이로 인해 '백서(White Paper)'라는 명칭이 붙었다.
흰색은 정책의 공식성과 중립성, 객관성을 상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22년 발표된 '처칠 백서(Churchill White Paper)'로, 당시 영국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담아 국제사회에 공식 입장을 제시한 문서였다.
이후 백서는 정책을 설명하고 국민에게 알리는 기능을 넘어, 중요한 사건과 정책 추진 과정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행정문화로 발전했다.
백서의 가장 큰 목적은 과거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데 있다. 재난과 경제위기, 정책 실패, 사회적 갈등 등의 원인과 대응 과정을 객관적으로 남겨 후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백서의 본래 역할이다. 다시 말해 백서는 행정의 기억이며, 미래를 위한 매뉴얼이자 반면교사다.
또한,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됐고, 어떤 성과와 한계를 남겼는지를 기록함으로써 행정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책임행정을 실현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백서가 본래 취지를 잃고 '치적 홍보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제작했지만 정책 개선이나 제도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서고에 보관되는 사례가 적지 않고, 성공 사례만 강조하거나 책임 소재를 흐리는 내용으로 채워지는 경우도 있다. 특정 단체장이나 기관의 성과를 부각하는 홍보 자료로 활용되면서 객관성과 비판성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처럼 백서의 제작 목적이 기록이 아닌 홍보에 치우칠 경우, 행정의 신뢰를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시민의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좋은 백서는 성공만 기록하는 문서가 아니라 실패와 한계까지 함께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 반대 의견, 개선 과제까지 객관적으로 기록할 때 비로소 다음 세대의 행정이 같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목포시가 이번 백서를 단순한 활동보고서가 아니라 시민에게 공개하는 정책 이행 약속으로 활용하고, 매년 공약 추진 상황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은 책임행정을 강화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결국 백서의 가치는 책을 얼마나 두껍게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약속을 얼마나 충실히 실천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백서는 과거를 기록하는 문서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향한 행정의 약속이다. 시민이 언제든 확인할 수 있고, 공직자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살아 있는 기록으로 기능할 때 비로소 백서는 행정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