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3일 신안군청 앞에서 이뤄진 정원수협동조합원들의 항의 방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
신안군이 최근 정원수협동조합의 무단 묘목 입식 사태와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단순한 사업 차질을 넘어 행정 절차와 사업 관리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안군은 지난 23일 정원수협동조합이 군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묘목을 입식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관련 법과 회계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는 한편 선의의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당초 담당 부서장은 폭염으로 인한 묘목 고사 가능성을 우려해 폭염이 지난 뒤 사업을 진행하도록 지도했다. 그러나 정원수협동조합은 당시 담당 임기제 공무원의 구두 설명을 근거로 계약 체결 이전에 묘목 입식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사업은 사업 목적의 적합성 문제와 함께 지난해 추진된 관련 사업에 대한 감사 및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사업 재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여기에 정원수협동조합 이사장이 최근 사임하고 담당 임기제 공무원도 질병 휴직에 들어가면서, 이미 입식된 묘목의 판로 확보가 불투명해져 조합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안군은 회계와 예산 집행 원칙에 따라 부적합한 일부 사업비를 반납 조치하는 등 행정 절차를 준수하는 한편, 자체 조림사업과 산불 복구사업, 타 지자체 공급 등을 통해 조합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단순히 전임 군수 시절 추진된 사업의 적정성 여부를 넘어 신안군의 사업 관리 체계 자체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공공사업은 계약 체결 이후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 원칙이다. 계약과 예산 집행, 사업 추진은 모두 관련 법령과 회계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하며, 이는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정식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진행됐고, 그 배경에 담당 임기제 공무원의 구두 설명이 있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실제로 6급 임기제 공무원의 구두 설명만으로 수천 그루의 묘목 입식이 이뤄졌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사업 추진 과정의 관리 시스템에 구조적인 허점이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기관에서 담당자의 설명은 참고가 될 수 있지만, 법적 효력을 갖는 계약을 대신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당시 어떤 절차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사업이 진행됐는지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재난이나 긴급 복구 등 시급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선(先)사업 후(後)행정 절차가 일부 허용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신안군은 이번 사업이 긴급성을 요하는 사업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폭염이 지난 이후 사업을 추진하도록 조합 측에 안내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설명이 사실이라면, 계약 체결 이전에 사업을 서둘러 진행한 배경과 판단 과정은 더욱 명확하게 규명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왜 계약 없이 사업이 진행됐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정원수협동조합 조합원들이다.
사업이 중단되면서 조합원들은 판로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군청을 찾아 항의하는 등 생계와 직결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신안군 역시 "선의의 군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며 판로 확보와 대체 사업 발굴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러한 노력과 별개로, 현재 군은 정원수 사업과 관련해 수사 의뢰를 예고한 상태인 만큼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정 조치만으로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특정 개인이나 기관을 비난하는 데 있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신안군과 정원수협동조합 간 사업이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추진돼 왔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만약 반복적으로 계약 이전에 사업이 추진되는 관행이 있었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반대로 이번이 예외적인 사례였다면 그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행정의 신뢰는 절차의 투명성에서 비롯된다. 계약과 예산 집행, 사업 추진 과정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때 군민의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정원수 사업은 지역 조합원들의 생계와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논란 역시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과 함께 사업 추진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사와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순서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특혜나 관행에 대한 의혹을 남긴 채 사업을 재개하기보다, 관련 절차를 명확히 정비하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조합원과 군민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계약 논란이 아니라 행정의 기본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다. 신안군이 이번 일을 계기로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을 병행해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사업 추진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