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지방의회의원이 임기 시작 직후 탈당하는 이른바 '공천먹튀'를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오랫동안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제기돼 온 제도 개선 요구가 입법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권자의 신뢰를 온전히 회복하기에는 제재 수위가 미흡한 만큼 보다 근본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일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을)은 지난 21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지방자치법」,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이른바 '공천먹튀 방지 3법'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정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지역구 지방의회의원이 임기 개시 직후 자진 탈당하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거나 유권자에게 충분히 알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최근 인천 연수구의회와 경남 사천시의회에서는 당선 직후 탈당으로 지방의회 원 구성이 달라지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공천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개정안은 임기 개시 후 90일 이내 자진 탈당한 지역구 지방의원의 주민소환 청구 요건을 기존보다 완화하고, 임기 첫 1년에도 주민소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자진 탈당 사실과 사유를 의무적으로 신고·공개하도록 하고, 지방의회 원 구성 과정에서 선거 결과로 형성된 정당별 의석 구성을 존중하도록 했다.
아울러 차기 선거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에 공천 당시 정당과 현재 소속 정당, 자진 탈당 여부와 사유를 공개하도록 해 유권자의 알 권리를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 의원은 "공천은 단순한 후보 추천이 아니라 정당과 유권자 사이의 약속"이라며 "당선 직후 탈당은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을 훼손하고 정당정치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법안은 정치인의 '공천먹튀'를 제도적으로 견제하려는 첫 입법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우리나라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후보 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정당의 가치와 정책, 공천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공천을 받은 후보가 당선 직후 아무런 제약 없이 탈당하거나 다른 정당으로 이동하는 것은 유권자가 행사한 선택의 의미를 훼손하고 선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개정안이 실제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원 구성 과정에서 기존 정당의 의석 구성을 존중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지만, 당사자인 의원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불이익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자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처럼 지역구 지방의원에게 동일한 수준의 제재를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더라도, 최소한 공천을 받아 당선된 뒤 일정 기간 내 자진 탈당한 경우에는 차기 선거 출마를 제한하거나 공천 신청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처벌하기 위한 취지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 형성된 유권자와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을 묻는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민주주의는 선거 자체보다 선거를 통해 형성된 국민의 선택과 신뢰를 끝까지 존중하는 데 그 근본 가치가 있다.
이번 '공천먹튀 방지 3법'은 정치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유권자의 신뢰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탈당에 따른 책임을 보다 분명히 하는 후속 입법과 제도 개선이 함께 마련될 때 비로소 책임정치와 정당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