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여순사건지원단(이하 여순지원단)이 여수·순천 10·19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나섰다. 민·관·학 정책소통협의체를 신설하고 하반기 중점 과제를 추진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국가 폭력의 아픔을 본격적으로 치유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순지원단은 지난 13일 유족과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한 ‘여순사건 실무위원회 향후 추진계획’을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게 보고했다. 이번 계획은 정책 소통 강화, 법정기한 내 진상규명 조사, 희생자·유족 심사·결정 신속 처리, 유족 지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벼랑 끝에 몰렸던 피해자들… 대물림된 국가 폭력의 잔재
여순사건은 우리 현대사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국가 폭력의 비극이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 시절,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조작 간첩 사건과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가 횡행했다. 당시 피해를 입은 이들은 변변한 직장을 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생계를 위해 작은 가게라도 열라치면 정부의 삼엄한 감시와 연좌제라는 사슬에 묶여 평생을 가난과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이 눈물겨운 고통은 피해자 당대에 끝나지 않고 그들의 후손들에게까지 고스란히 대물림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이제라도 국가 차원의 진상 조사를 통해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움직임은 대단히 의미 깊다. 비록 세월이 흘러 "너무 늦은 감이 있다"는 탄식이 나오지만, 역사를 올바르게 기록하는 것은 후세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필수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사실조사 및 미심의 안건 처리 급피치
여순지원단은 법정기한인 오는 10월 4일까지 진상규명 신고사건 2천610건에 대한 사실조사를 마쳐, 중앙위원회의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희생자·유족 인정 미심의 안건 590건도 연말까지 실무위원회 심의를 마쳐 결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미 지원단은 군사재판 기록과 형무소 수감기록 등 공적자료 분석과 추가 신고 예비접수를 통해 현재까지 미신고 희생자 913명을 발굴해 냈다. 연말까지는 총 1천500명 발굴을 목표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족회·학계·시민단체 관계자 16명으로 구성된 정책소통협의체를 신설해 분기별로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공식 누리집 개편을 통해 정보 공개를 확대함으로써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기로 했다.
트라우마 치유와 생활보조비 지원… 실질적 복지 확대
유족들의 실질적인 상처 치유를 위한 행정도 본격화된다. 오는 23일 개소하는 '여순10·19트라우마치유센터'에서는 심리상담과 신체 재활, 맞춤형 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방문 치유 서비스도 도입된다.
지원 형평성도 넓힌다. 기존 전남 거주 유족 1천230명에 이어, 광주 거주 유족 286명에게도 매월 10만 원씩 생활보조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과 예산 확보를 추진 중이다. 또한 포럼과 역사교육을 연계한 소통을 정례화하고, 공영방송 및 유튜브 콘텐츠를 활용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여순지원단은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한 제도 개선 건의도 지속한다. 제78주기 여순사건 합동추념식 대통령 참석 요청, 제4차 신고기간 개설, 후유장애 후 사망자 희생자 인정,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배·보상 제도 도입 등을 위한 여순사건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배성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여순사건지원단장은 “유족과 시민단체,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고 진상규명과 희생자·유족 명예회복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며 “중앙정부와 적극 협력해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위령·기념사업의 법적 근거 마련 등 후속 과제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