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권향엽 국회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10일 국가폭력 사건의 재심청구권자를 확대하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사망하거나 심신장애 상태인 경우 배우자와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폭력 사건은 사건 발생 후 수십 년이 지나서야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법률상 재심청구권자가 모두 사망해 억울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권리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수·순천 10·19 사건이다. 1948년 여순사건에 연루돼 포고령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방첩부대 등에 의해 적법한 재판 절차 없이 희생된 피해자들의 유족은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청구인들이 현행법상 재심청구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유족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국가폭력 사건에 현행 재심청구권 제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반영해 여순사건 등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른 국가폭력 사건의 경우에는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권향엽 의원은 "국가폭력 사건은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재심청구권자의 범위도 그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희생자의 권리구제와 명예회복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심의 문을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오랜 세월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가로막았던 제도적 한계를 개선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비극을 적지 않게 경험했다. 이승만 정부 시기의 민간인 학살과 보도연맹 사건,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 시기의 긴급조치 사건, 민주화운동 관련 사건, 고문과 조작 간첩 사건 등은 국가 권력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국가폭력의 특징은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진실을 밝히고 권리를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증거는 사라지고 관련자들은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며, 피해자와 유족들은 경제적·심리적 부담 때문에 권리 구제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재심청구권자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권리 회복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는 국가폭력이 의심되는 새로운 증거나 과거사 진실규명 결과가 확인될 경우, 피해자나 유족의 청구를 기다리지 않고 국가가 스스로 재심을 청구하거나 재심 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국가의 잘못으로 발생한 피해인 만큼, 그 시정 역시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피해자와 유족 상당수는 오랜 세월이 흐르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재심을 위한 변호사 선임과 소송 비용을 지원하는 공적 지원체계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국가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공공 법률지원기구를 설치하거나 기존 법률구조 제도를 확대해 피해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국가폭력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헌법적 과제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는 재심청구권 확대를 넘어 국가가 스스로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보다 적극적인 제도 마련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