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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보건대 파산, 한 대학의 몰락인가…한국 사학재단의 구조적 실패인가
설립자 교비횡령에서 법인 파산까지…학생·학부모·동문만 피해, 해외는 어떻게 사학 비리를 막고 있나
기사입력: 2026/06/23 [09:23]   wid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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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근

▲ 광양보건대학교(출처-광양보건대홈페이지)


광양시의 유일한 대학이었던 광양보건대학교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광주회생법원은 지난 19일 광양보건대학교를 운영해 온 학교법인 양남학원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 1994년 개교 이후 32년 동안 지역 보건인력과 전문인력을 양성해 온 대학이지만, 설립자의 교비 횡령으로 시작된 위기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정인화 광양시장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광양시민들과 함께 대학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하게 돼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재학생 보호와 지역사회 충격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파산은 단순히 광양보건대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학제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가 집약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교육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광양보건대학교의 위기는 2012년 학교 설립자의 대규모 교비 횡령 사건에서 시작됐다. 교육부 감사 결과 확인된 횡령액만 403억 원에 달했다. 이후 대학은 설립자를 상대로 반환 소송을 진행해 일부를 회수했지만, 막대한 손실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국고보조금과 국가장학금 지원이 중단되고 학생 충원율이 급락했다. 한때 대학의 대표 학과였던 간호학과마저 폐과되면서 재학생 수는 정원의 11% 수준인 115명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교직원 체불임금과 각종 채무까지 누적되면서 회생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정작 비리 당사자가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그리고 수천 명의 동문들이라는 점이다.

 

현재 재학생들은 편입학 등 새로운 진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졸업생들은 모교가 파산했다는 사실 자체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지역사회 역시 유일한 대학을 잃으면서 청년 인구 유출과 지역경제 위축이라는 또 다른 부담을 떠안게 됐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사학재단 비리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2000년대 초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영화 <공공의 적> 시리즈에서도 사학재단 비리가 주요 소재로 등장할 정도로 교육재단의 전횡은 사회문제로 인식돼 왔다. 일부 사학은 설립자 개인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해 법인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이 훼손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교육계에서는 광양보건대 사례가 '사유재산처럼 운영되는 학교법인 구조'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반면 해외 주요 국가들은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강력한 공적 통제를 병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학 이사회(Board of Trustees)가 실질적인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수행한다. 재정 운영과 총장 선임, 자산 관리 등이 다수의 이사들에 의해 공개적으로 결정되며, 기부금과 대학 재정도 외부 감사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된다.

 

영국 역시 대학평가기관과 회계감독체계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대학 운영이 부실해질 경우 정부와 독립 감독기관이 즉각 개입해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독일은 대부분의 고등교육기관이 공공성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사립대학 역시 국가의 엄격한 인증과 감독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학 개혁의 핵심으로 설립자 중심 지배구조 개선, 외부 공익이사 확대, 회계 투명성 강화, 대학 재정 공개 의무화, 비리 발생 시 조기 개입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한다.

 

특히 대학을 설립자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재로 인식하는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양보건대학교의 파산은 한 지역 대학의 폐교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지역 대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에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명확하다. 대학은 특정 개인이나 재단의 자산이 아니라 학생과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공공적 기관이라는 사실이다.

 

광양보건대학교가 사라진 자리에는 씁쓸한 상실감만 남았지만, 이번 사건이 한국 사학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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