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이었다. 신호등 앞에 잠시 멈춘 차창 밖으로 선거운동 현장이 보였다.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운동원들이 손을 흔들며 율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장면 속에서 내 눈길을 붙잡은 사람은 뜻밖에도 목포 김원이 국회의원이었다.
시의원 후보 옆에서 함께 몸을 흔들고 박자를 맞추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순간 낯설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오랫동안 봐왔던 정치 풍경은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방선거 현장에서 흔히 보아온 모습은 시·도의원 후보들이 국회의원 선거를 돕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장면이었다. 때로는 국회의원을 대신해 마이크를 잡고, 때로는 율동을 하며 선거운동을 지원했다.
그 배경에는 우리 정치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정치 구조는 여전히 수직적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으로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서열이 존재한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회의원은 지역 정치에서 매우 큰 힘을 갖는다.
그래서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의 선거를 돕는 것은 너무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시의원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함께 율동을 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단순한 이벤트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본래 모습을 잠시 보여주는 듯했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원래 위아래로 줄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머리가 있다고 해서 손과 발보다 더 귀하다고 말할 수 없다. 손은 손의 역할이 있고, 발은 발의 역할이 있다. 어느 하나 없어도 몸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과 시의원은 권력의 크기로 나뉘는 존재가 아니라 역할이 다른 존재일 뿐이다. 시민의 삶 가까이에서 골목길과 버스 노선, 주차 문제와 아이들 통학길을 챙기는 시의원의 역할 역시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중요한 축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내가 본 장면은 단순한 율동이 아니었다. 국회의원이 앞에 서고 지방의원이 뒤에 서는 익숙한 정치 질서를 잠시 거꾸로 세운 작은 장면이었다.
어쩌면 민주주의는 거대한 구호보다 이런 작은 행동 속에서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지도 모른다. 높은 사람이 낮은 자리로 내려오는 순간, 정치는 비로소 시민에게 조금 더 가까워진다.
차창 밖 짧은 신호 대기 시간 동안 본 그 율동은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말보다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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