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환경운동연합이 여수국가산업단지 대체녹지 1구간 토양오염 사안과 관련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오염 사실이 공식 확인된 지 30개월이 지나도록 정화 명령이 발동되지 않은 행정 공백의 책임과 적정성을 가려달라는 취지다.
문제가 된 대체녹지 1구간은 여수국가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확보된 녹지 공간이다. 오염 문제는 2023년 7월 10일 민원 신고를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현장 확인과 토양오염도 검사 결과, 심토층에서 불소와 비소가 공원지역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8월 18일 언론 보도로 해당 사실이 공론화됐고, 10월 12일에는 여수시의회 제232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관련 검사 결과가 공식 보고됐다.
여수시는 2023년 8월 22일 토사 반입과 관련된 책임 주체를 상대로 토양정밀조사명령 사전통지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행정기관이 오염 사실을 인지하고 관련 절차에 착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후 실질적인 정화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시는 2024년 9월 13일에 이르러서야 시 내부 부서인 여수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통해 토양정화자문위원회 자문을 요청했다. 이는 최초 민원 접수 시점으로부터 약 14개월, 시의회 공식 보고 이후 약 11개월이 지난 뒤였다. 자문 결과는 2025년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연기됐고, 2026년 2월 현재까지도 정화 명령 등 행정처분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번 감사청구의 핵심 쟁점은 정화 명령 발동 지연이 과연 합리적 재량 범위 안에 있었는지 여부다. 「토양환경보전법」 제15조는 기준을 초과한 토양오염이 확인될 경우 오염 확산 방지와 공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문 절차는 기술적 판단을 보완하기 위한 과정일 수 있으나, 그 결과가 지연된다는 이유로 수년간 처분이 내려지지 않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엄정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는 장기간 미조치 상태가 재량권 일탈·남용 또는 소극행정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감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쟁점은 긴급 예방조치의 이행 여부다. 환경 행정은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위험 가능성이 확인되는 즉시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침출수 차단, 오염 확산 방지 조치, 지하수 및 인접 수계 영향 조사, 주민 대상 정보 공개 등은 자문 절차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조치들이다. 특히 오염된 침출수가 인근 수계로 유입될 경우 시민 건강과 지역 환경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긴급 조치가 적정하게 이행됐는지 여부는 별도의 감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책임 구조 또한 감사의 대상이다. 해당 부지는 6개 업체가 공동으로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복수의 책임 주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행정처분 지연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행정청은 정화 책임자 특정, 비용 부담 구조 설정, 임시 조치 명령 등을 통해 오염 상태의 장기화를 막을 관리·감독 의무를 진다. 공동책임 구조 속에서 이러한 의무가 적정하게 행사됐는지 역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오염이 확인된 지 30개월이 지나도록 정화 명령이 발동되지 않은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환경 행정은 기업의 부담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기준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정화 명령 지연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한 즉각적인 방지 조치와 실질적인 토양 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오염 사안에서 시간은 곧 위험이다. 오염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수록 확산 가능성과 복구 비용은 커진다. 이번 공익감사 청구가 단순한 절차 점검을 넘어, 지역 산업단지 환경관리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